공룡이 고유의 화석을 남기고 멸종한 중생대 백악기처럼, 지구라는 행성의 역사가 큰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크게 ‘-대’,’’-기’,’-세’로 지질시대를 분류한다. ‘인류세’는 인류가 지질 변화에 직접 영향을 끼친 형태를 함의한 지질 시대 용어로 등장하였다. 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제시한 이 단어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하게끔 하며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담론들을 형성해 가는 중이다.
‘인류세’를 공식화하려는 지질학자들은 인간이 최적층에 남길 대표 물질로 ‘플라스틱’을 꼽는다. 정찬부 작가는 그중 폐플라스틱 ‘빨대’를 작품의 질료로 사용한다. 이러한 작업의 시발점은 작가가 카페에 앉아 단기간에 소비되고 폐기되는 빨대를 포착한 순간이었다. 만족도의 한계치가 비가시적인 현대 사회의 소비 풍토 중에서도 일회용품 고유의 특징은 우리가 빠르게 망각하는 모든 ‘관계’들을 은유한다.
작가는 이렇듯 대중 매체에서 흔히 피력되는 더러운 플라스틱 더미와 같은 이미지로 환경 보호 메시지를 모색하지 않는다. 외려 내적 긴밀감 없이 버려지는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병목현상을 개인의 생명력이 담긴 서사로 치환함으로써 쉽게 관계 맺고 버려지는 것들을 재조명한다. 이 시선은 인공물이 자연을 대체하는 현상의 연장선까지 가로지른다. 재료의 특질 자체에서 미적 가치를 담는다는 작가의 의도 또한 더해지며 관람객들은 찬란하지만 불편한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전시는 2050년 미래 시간에서 부유하는 ‘곰돌이 J’가 현재의 인류에게 보내는 미래 모습의 전언을 가상 설정한다. 2050년은 지구의 미래를 연구하는 연구기관 ‘로마클럽’에서 핵심 역할을 한 컴퓨터 모델 ‘월드 3’가 예측한 인류 문명의 종말을 예언한 시기로, 이번 전시의 가상 배경으로 삼는다. ‘혼자서 당당히’ 시리즈 중 하나인 곰돌이 J는 이 가상의 공간을 홀로 떠돌며, 현대인들에게 친절한 경고를 던지는 인류세 말미의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 정찬부
공룡이 고유의 화석을 남기고 멸종한 중생대 백악기처럼, 지구라는 행성의 역사가 큰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크게 ‘-대’,’’-기’,’-세’로 지질시대를 분류한다. ‘인류세’는 인류가 지질 변화에 직접 영향을 끼친 형태를 함의한 지질 시대 용어로 등장하였다. 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제시한 이 단어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환경 문제에 접근하게끔 하며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담론들을 형성해 가는 중이다.
‘인류세’를 공식화하려는 지질학자들은 인간이 최적층에 남길 대표 물질로 ‘플라스틱’을 꼽는다. 정찬부 작가는 그중 폐플라스틱 ‘빨대’를 작품의 질료로 사용한다. 이러한 작업의 시발점은 작가가 카페에 앉아 단기간에 소비되고 폐기되는 빨대를 포착한 순간이었다. 만족도의 한계치가 비가시적인 현대 사회의 소비 풍토 중에서도 일회용품 고유의 특징은 우리가 빠르게 망각하는 모든 ‘관계’들을 은유한다.
전시는 2050년 미래 시간에서 부유하는 ‘곰돌이 J’가 현재의 인류에게 보내는 미래 모습의 전언을 가상 설정한다. 2050년은 지구의 미래를 연구하는 연구기관 ‘로마클럽’에서 핵심 역할을 한 컴퓨터 모델 ‘월드 3’가 예측한 인류 문명의 종말을 예언한 시기로, 이번 전시의 가상 배경으로 삼는다. ‘혼자서 당당히’ 시리즈 중 하나인 곰돌이 J는 이 가상의 공간을 홀로 떠돌며, 현대인들에게 친절한 경고를 던지는 인류세 말미의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